조선업의 새로운 전환점, 미국 USTR 보고서와 LNG 운반선의 미래

서론: 천연가스와 LNG 운반선의 기본 이해

천연가스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중요한 자원입니다. 가장 저렴한 공급 방식은 파이프라인인데요, 이는 천연가스 생산국과 사용국이 가까운 거리에 있고 중간에 장애물이 없을 때 가장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유럽연합(EU)으로, 미국은 셰일 유전에서 나온 천연가스를 자국 내에서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산국과 소비국의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주요 소비국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EU이고, 러시아를 제외한 주요 생산국은 카타르, 미국, 이스라엘 등입니다.

카타르와 미국은 거리 때문에 파이프라인 건설이 어렵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반대로 EU로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이 아닌 LNG 운반선으로 운송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천연가스는 기체 상태로 부피가 커서 저장이나 대량 수송이 어렵습니다. 이를 영하 162도에서 냉각해 액체로 만들면 부피가 700분의 1로 줄어드는데, 이를 액화천연가스(LNG)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LNG는 수출과 수입에 많은 시설과 장비를 필요로 합니다.

수출국은 유전에서 항구까지 파이프라인과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설비가 필요하고, 수입국은 LNG 운반선, LNG를 보관할 시설, 그리고 기체 상태로 변환해 수요처에 공급할 설비가 필수입니다. 과거 LNG 수입국이었던 미국은 이제 13개 수입 항구를 수출 항구로 전환하고 있으며, 주요 수입국인 EU, 일본, 중국, 한국, 대만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할 수 없는 지역이라 LNG 운반선에 의존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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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글로벌 LNG 시장의 변화와 카타르의 대응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인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육로가 막힌 섬나라와 같은 상황이라 전량을 LNG로 수출합니다. 미국이 LNG 수출을 늘리자 카타르는 기존 거래처와 공급량을 늘리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연간 LNG 생산량을 7,700만 톤에서 1억 2,600만 톤으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추가되는 4,900만 톤을 운송하려고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을 발주했습니다.

이스라엘도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초대형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했는데요, 앞으로 30년을 천연가스 사용 한계로 보고 남은 70년분을 수출하려 합니다. 이스라엘은 EU와 바다로 접해 있지만, 러시아가 독일과 연결한 노르트스트림 같은 파이프라인을 깔고 싶어도 미국이 환경 문제를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미국은 EU가 자국 천연가스의 주요 시장인데, 이스라엘의 파이프라인이 국익에 저해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은 파이프라인 건설을 중단하고 LNG 운반선으로 수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중국이 러시아와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LNG 운반선이 글로벌 공급의 대세가 됐습니다.


LNG 운반선 시장의 경쟁: 한국 vs 중국

LNG 수출입이 대세가 되면서 LNG 운반선 수요가 급증했는데, 이를 건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입니다. 중국은 저렴한 건조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할 뻔했어요. 2017년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의 LNG선 4대를 중국 후동중화 조선소가 수주했는데, 삼성중공업이 30%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한 후동중화와의 경쟁에서 졌습니다. 하지만 2018년 6월, 후동중화가 만든 글래드스톤호가 호주 앞바다에서 엔진 결함으로 멈추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건조 2년도 안 된 새 배에서 고장이 난 겁니다.

LNG 운반선은 매일 0.1%의 LNG가 기화돼 공기 중으로 사라지는데,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 엔진이 핵심입니다. 한국은 2001년 12월 이를 상용화했고, 중국은 2015년에야 완성했죠. 글래드스톤호는 이중연료 추진선 6척 중 첫 번째 배였는데, 고장을 빠르게 해결하지 못해 문제가 커졌습니다. 이 사건은 중국산 선박 전체로 불신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유럽 해상보험 협회는 2007~2015년 건조된 4,426척 중 89%의 보험금 청구가 중국산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불신을 데이터로 입증했습니다.

LNG 운반선은 안전이 극도로 중요한 선박입니다. 700배 압축된 LNG가 폭발하면 소형 전술핵폭탄급 파괴력이 나와 항구나 도시가 초토화될 수 있습니다. 선주나 선원 입장에서도 폭발 사고는 치명적이죠. 이런 이유로 해외 선주들은 중국산 LNG 운반선 주문을 중단했고, 중국은 자국 LNG 수입용으로만 시장이 축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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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운반선


일본의 퇴출과 한국의 독점

일본도 과거 LNG 운반선을 건조했는데, 모스형(선체와 독립된 구형 탱크) 설계를 사용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멤브레인형(선체 자체가 탱크)을 채택했죠. 모스형은 충돌 시 안전성이 높고 침몰해도 탱크가 떠오르는 장점이 있지만, 화물창이 공 모양이라 공간 활용과 대형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일본은 멤브레인형으로 전환하려 했으나, 가스 회사 발주 4척 중 첫 번째 배부터 건조에 실패하며 시장에서 밀려났습니다. 조선업은 오랜 경험이 쌓인 현장 인력이 중요한데, 일본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LNG 운반선 시장은 한국의 준독점 사업이 됐습니다. 중국이 대량 수주로 한국을 밀어낸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자세히 보면 중국으로 LNG를 수입하는 국영기업 선주들이 대부분입니다. 건조 능력도 차이가 큽니다. 한국 조선 3사는 연간 60척을 만들 수 있지만, 후동중화는 6척이 한계이고 최대 10척까지 늘리려는 수준입니다. 후동중화가 18척을 수주하며 “K-조선의 마지막 보루가 뚫렸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이는 카타르 국영선사 10척, 중국 산동해운 등 5척 등 중국 관련 선주들입니다. 다른 중국 조선소도 1~2척씩 만들기 시작했지만, 자국용이고 신뢰 검증에 시간이 걸립니다.

선주는 배를 2030년 사용하며, 조선소 보증 기간(13년)이 지나면 사고 책임은 선주가 집니다. 후동중화를 제외한 중국 조선소가 신뢰를 얻으려면 1~2년으로는 부족하죠. 이로 인해 한국 조선 3사의 수주가 LNG 운반선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의 실적과 한계

2024년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량은 554만 CGT였고, 한국 조선 3사가 441만 CGT를 수주했습니다. 중국이 자국용으로 발주한 물량을 제외하면 글로벌 발주량의 대부분을 한국이 가져갔습니다. 현재 조선 3사는 3년 치 일감인 1,305억 달러를 확보했는데, HD계열(현대중공업·미포·삼호)이 680억 달러, 삼성중공업 315억 달러, 한화오션 310억 달러입니다. 척당 2억 6,000만 달러까지 오른 LNG 운반선은 HD한국조선해양 100척, 삼성중공업 85척, 한화오션 72척으로 수주 잔고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LNG 운반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효자 상품이지만, 안벽을 오래 차지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배는 도크에서 완성되지 않고, 물에 뜰 정도로만 만든 뒤 안벽에서 마무리됩니다. 삼성중공업은 육상 도크 3개, 바다 도크 5개로 총 8개를 보유하고, 8km 안벽에서 동시에 24척을 작업할 수 있습니다. 일반 배는 2~3개월이면 완성되지만, LNG 운반선은 화물창 작업(천연가스를 700배 압축해 극저온으로 보관)이 길어 최대 10개월이 걸립니다. 이는 식당에서 비싼 메뉴를 주문했지만 회전율을 떨어뜨리는 손님과 비슷합니다.

일반 배라면 연간 100척 이상을 만들 수 있지만, LNG 운반선만 하면 30척에 그칩니다. 안벽에 배를 이중으로 붙이는 편법도 있지만, 작업 동선이 길어져 비용이 늘어납니다. 조선사는 LNG 운반선을 기본으로 깔고 컨테이너선, 탱커를 섞어야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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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미국 USTR 보고서와 조선업의 전망

2025년 2월 21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01조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불공정 수단으로 조선·해운 시장을 장악했다고 보고, 긴급 조치를 제안했죠. 중국의 조선 점유율은 2000년 5%에서 2023년 50%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USTR은 중국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최대 100만 달러 또는 톤당 1,0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중국선과 기타 선박을 섞어 운영하는 선사에도 150만 달러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 선박을 통한 수출 비중을 현재 1%에서 7년 후 15%로 늘리는 강제 조항을 포함했습니다.

이 방안은 3월 24일 국제무역위원회 공청회 후 확정되며, 2024년 3월 12일 미국 5개 노동조합의 청원으로 시작된 조사입니다. 바이든 시절 시작됐지만,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고서 원문에 따르면, 중국이 협상을 거부했으며, 입항 수수료는 시작일 뿐입니다. 관세 부과, 수입 제한, 상계관세(CVD), 중국 국유기업(COSCO, CSSC 등)을 SDN 리스트에 추가하는 조치가 단계적으로 검토됩니다. SDN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과의 거래가 금지되고, 제3국 기업도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선사들은 중국산 선박(한국보다 15% 저렴)을 주문했지만, 미국 입항에 불이익을 받으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기존 선박을 당장 교체하지는 않겠지만, 신규 발주 시 중국 선박을 꺼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한국은 LNG 운반선 건조에서 경쟁력을 갖춰 중국을 앞서고 있습니다. 조선사는 LNG 운반선만 만드는 것보다 컨테이너선과 탱커를 섞어야 효율이 최적화됩니다. 이번 USTR 보고서로 중국 선박 규제가 4월부터 시작되면, 한국 조선업의 수주는 더욱 유리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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