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여러 토끼를 잡으려는 트럼프의 전략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정적자 축소와 달러 약세 유도를 통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복안을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묘수로 ‘토빈세(Tobin Tax)’와 유사한 정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투자의 격언에서 시작된 이론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어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198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James Tobin)이 기자들에게 포트폴리오 이론을 설명하며 던진 말입니다. 토빈은 하버드에서 학위를 받고 예일대 평생 교수로 재직하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해결에 집중했습니다. 그의 핵심 제안은 통화거래세(Currency Transaction Tax, CTT), 일명 토빈세였습니다.
“지나치게 잘 돌아가는 국제 금융시장의 바퀴에 모래를 살짝 던지자.
적정 세금으로 자본 이동의 속도를 늦추면 투기적 거래를 억제할 수 있다.” – 제임스 토빈
자본 이동의 양날의 검: 자유 vs 규제

자본시장 자유화는 저개발국에 투자를 유입해 성장을 도운다는 주장과, 금융위기를 확대한다는 주장이 대립해왔습니다. 경제학자 래그나 넉시는 “해외자본은 비가 오면 바로 반납해야 하는 우산”이라 비유하며, 호황기에는 자본이 유입되지만 위기 시 급격한 유출로 혼란을 키운다고 지적했습니다.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르트의 연구도 1800년 이후 모든 금융위기가 자본 이동 증가와 맞물렸음을 입증했습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토빈은 ‘적정 규제’를 제시했습니다. 단기 투기적 거래에는 세금을 부과해 속도를 늦추되, 장기 투자는 보호하는 방안이었습니다.
브라질의 실험: 토빈세의 성공과 부작용
2000년대 후반, 브라질은 고금리와 성장 잠재력으로 외국자본이 몰리며 헤알화가 급격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에 2009년 2% 토빈세를 도입하고 점차 6%까지 인상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헤알화 약세 유도로 수출 경쟁력이 개선되었고, 세수 확보로 재정적자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습니다. 2010년 630억 달러였던 외국인 자본 유입이 2012년 88억 달러로 급감하며 성장 동력이 약화되었고, 결국 2013년 토빈세를 전면 폐지했습니다.
트럼프의 숨은 카드: ‘대외수입청’과 토빈세의 접목
트럼프는 최근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 설립을 공약하며 “외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시장은 관세 인상에 집중했지만, 그의 측근 스티브 배넌은 더 넓은 그림을 암시했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수익 시장이다.
외국인이 공짜로 진입하게 해선 안 된다.” – 스티브 배넌
이는 미국에 투자하는 외국 자본에 토빈세 스타일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토빈세가 도입되면 달러 수요가 줄어 약세가 유도되고, 세수는 재정적자 축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과 달리 미국은 글로벌 자본의 핵심 시장이기에 자금 유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트럼프 측의 계산으로 보입니다.
달러 약세가 가져올 파장
예를 들어, 일본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 구매 시 토빈세가 부과되면 엔화를 달러로 전환하는 거래가 감소합니다. 이는 달러 공급을 증가시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고, 엔화와 원화 등 다른 통화의 상대적 강세로 이어집니다. 미국 기업들은 달러 약세로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정부는 토빈세로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결론: 트럼프의 초기 행보에 주목하라
트럼프가 취임 직후 대외수입청 설립을 서두르며 토빈세 도입 움직임을 보인다면, 달러 약세와 글로벌 자본 이동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금융자본은 “비가 오기 전까지 우산을 빌려주다가 단칼에 거둬들이는” 속성을 지녔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이 실현된다면, 이번엔 미국이 그 우산을 유료로 빌려주는 구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한 줄 요약:
트럼프의 ‘대외수입청’ 설립과 토빈세 도입 움직임은 달러 약세 유도와 재정적자 축소를 동시에 노린 전략입니다. 브라질의 경험을 교훈 삼아, 미국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한 정책 실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합니다.